언론기사자료

골프와 산중 무술

 

 

계룡산, 계곡 끝을 돌아 오르는 구름들이 산 전체를 감싸 안고는

어느 누구의 접근도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육상 선수 출신인 나에게 달리고 걷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자신 있는 종목이었다.

 

그러나 산 정상까지 다녀오는 것을 아침 식전 일과로 삼는 이 곳 수련생들을 따라

 

산을 오른다는 것은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말이나 글에 집착하지말고 몸으로만 수행하라-

 

그들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거의 내달리는 수준이었다.

 

아니 축지법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평지를 달리는 것과 같이 아주 편한 자세로 산을 오르는 그들, 잠시 한눈이라도

 

팔라치면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진다.

 

결국 우리는 수련생들과의 동반 산행을 중도에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골프 선수들의 체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들만의 독특하고 놀라운 수련방법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 무술에서 익혀야만 하는 특별 체력 단련법이다.

 

골프선수에게 꼭 필요한 집중력과 정신통일, 그리고 4라운드를 소화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을 비축하는 방법 등이다.

 

-원이 흐르다 멈추는 곳에 최대한 힘을 집중해서 공격하라.

 

또한 이 무술의 기본동작인 반장이라는 동작은 골프스윙과 매우 흡사한 원심력에

 

기초를 두고 있다.

 

끝없이 회전하는 우주의 원리를 터득하고 그 원리에 합일되는 정신자세로 무술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의 스윙 역시 만물의 흐름의 이치를 터득하고 그 흐름에 의한 동작의 원리를

 

이해할수 있다면 더 이상의 좋은 공부는 없게 될 것이다.

 

-흐름의 이치는 물이요, 집중의 이치는 불의 본체이다.

 

흰 수염에 기가 서려있는 듯 강한 의지가 돋보이는 사부의 눈에서는

 

광채가 발산된다.

 

그는 죽도를 들고 프로선수들의 등 뒤에 서서 시를 읇듯 무술의 이치를 하나하나 암송한다.

 

만약 한 동작이라도 틀리면 사정없이 죽도를 내려 칠것 같은 위압감으로 수련의 절정을 치닫게 한다.

 

운동의 모든 원리는 하나라는 것이다.

 

우주의 생성에 기초를 두는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면 모든것이 쉽게 풀리게 될 것이라는

 

사부의 이야기를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련시간이다.

 

-골프를 하기 위하여 우선해서 이루어야 할 것이 힘의 원리요, 또한 그 힘의 원천을 알아야한다.

 

그들은 힘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으로

 

"태양내가신장(마법자세)"이라는 역근자세를 수련생들에게

 

가르쳐주고 그 자세로 최소 10분에서 1시간 이상을 서 있도록 하게 하는데,

 

일반인이 그 자세로 5분을 버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황우장사다.

 

골프를 지도하는 사람에게 골프를 잘 할 수 있는 특별한 처방이 있다면

 

아마도 천문학적인 제자들이 줄을 서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손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처방이 있다 하더라도 학생이 약을 먹지 않으면 그 처방은 무효하다.

 

아무리 좋은 훈련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학생이 따라하지 않으면 무소용이다.

 

나는 훌륭한 골프선수의 기본적인 요소는 올바른 정신자세에 있다고 생각한다.

 

골프란 자연과의 싸움이기 이전에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연을 이기기 위한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습장에서, 그리고 필드에서 매일 공을 치는 일에 몰두해 있는 선수의 기량이

 

아무리 특출하다 할지라도 어느 순간 자신에게 닥치는 시련을 극복할수 있는

 

능력과 도량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 그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골프란 한 골프장에서 백번을 쳐도 똑같은 위치에서 공을 치는 일은

 

거의 없는 것과 같이 언제무슨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하나를 보라. 하나를 볼 수 있는 자가 둘을 볼 수 있다.

 

사부는 산이 움직일 듯 큰 기합과 함께 검으로 허공을 가른다.

 

곱게 물든 단풍잎 하나가 둘로 나뉘어 하늘을 나른다.

 

비록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된다.

 

공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하라.

 

한번의 스윙이 곧 당신의 전부라고 생각하라.

 

 

얼마 후 그들 중 한 선수가 투어에서 우승하였고 그는 기자회견 중(르네상스 호텔)

 

사부에게 단배공이라는 예를 갖추고 큰 절을 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하였으며,

 

지금은 모 대학의 골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경원대학교수>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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